긴 어둠이 밀려오는
낡은 창가에
행여라도
고독이 밀려올까 싶어서
사랑이란 이름의 문풍지로
덕지덕지 붙여 막아보아도
날선 창을 앞세운
초가을 샛바람은
어느새 소리없이 가슴팍에
쓸쓸한 낙엽하나를
짙은 가을빛으로
새겨 놓습니다.
외로워서
외로운 것이 아니건만
따스한 찻잔을 마주하고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하여도
스멀스멀 밀려드는 외로움은
윤회의 고리를 떼지 못한
전생의 업인 양
친구 아닌 친구가 되어
가을이라는 계절의 전령처럼
온 마음에
차곡차곡 스미어 듭니다.
오래전의
일기장을 태우며
망각의 강을 건너서
사랑했던 기억만 남기고
모든 것을
잊었다 했었지만
마른 풀잎향기 따라
아스라이 전해오는
가을의 이름은......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패여
쓸쓸함밖에 모르고
다른 것은 알려고도 하지 않는 채
땅거미진 놀이터에
갈 곳마저 거부하며
바람결에 몸을 맡겨 흔들리는
고집쟁이 그네를 닮은
철들지못한 고독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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