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이유 / 노랑우산
가슴 가득히 그리움이 고여지면
내 깊은 영혼의 그네 자락에
오래전 마음의 붓으로 그려왔던
그대라는 초상을 하나 걸어 두겠습니다.
세월이 앗아간 청춘의 덫을 벗어나
노을 지는 언덕배기의 빈 의자에서
시간의 가르침으로 깊어지기만한
호수같이 차가워진 눈동자에 비쳐지는
지나온 흔적을 한올 한올 더듬을 텝니다.
정열의 폭풍이 지나가고
애증의 그림자에 의해 곰삭은
끈끈한 사랑의 감정이 아니어도,
눈물로 얼룩져 깨져버린
사랑의 조각들이 아니어도
한 호흡만으로도 인생을 알 수 있는
중년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함 이겠지요.
세월이 쌓아둔
빛바랜 연둣빛 소망의 더미에서
두려움도 없어지고
애달픔도 사라진
현실의 허망함에서
세상에서 가장 힘겹도록
그리움에 지쳐버린
영혼의 서글픔을 위해
돌아올 답장도 기대하지 못하고
서글피 써내려가는
편지 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등을 맞대고 앉아있어도
그대가 그립고
마주한 손길위로 따스한 정이 흘러도
마음은 여전히 그대를 갈망했던 것은
살아오면서 그대라는 데생에
고운 빛으로 채색하지 못한 진한 아쉬움과
사랑이라는 우물의 깊이가
그 만큼 깊어졌기 때문이라고 달래보아도
방금 전 수렁에 빠진 것처럼
그리움의 강에 허우적거리는 것은
그로 인해 살아가야할 이유를 만들려는
작은 몸부림 이란 것을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사랑이란 것과
그리고 그리움이란 것의 실체를
애써 찾지 않아도
팍팍한 가슴언저리에 스며드는 것이
아직도 내가 살아가야 하는
아름다운 이유라는 것을
이 하늘아래 누군가는 알겠지요.
세상에 사랑이란 단어가 존재하는 동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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