짼틀맨 2010. 12. 3. 23:53



가을과의 별리

사랑하는 이의
눈물 젖은 손수건처럼
마른 잎을 날리며
가을이 떠나고 있습니다.

외면의 눈길로
늘 가을을 피하고만 싶던 마음속에
가녀린 연민의 물결이 일어
슬며시
가을의 끝자락을 붙들고 싶은 것은
미워할 수 없는 이별연습이
아직도 몸에 베이지 않은 까닭인가요.

가을이 머물다간 자리엔
눅눅한 먼지처럼
서러움이 남을 테고
그 서러움 속에서 피어난
작은 그리움의 잔상을

혼자만의 사랑이라 느낄 때 펼치도록
추억의 페이지에
차곡히 쌓아 두어야하는 것도
남겨진 이의 몫이란 걸
이젠 알고 있습니다.

때가 되어서 돌아서는
가을이 그러하고
인연이 아니라서 우뚝 멈춰선
발걸음이 그러하여
이별이 만남이요
만남이 이별인 것을
몇 십번의 계절을
보내고 맞이한 난 뒤에서야
비로소 알았으니까요

손을 내밀어
온기를 나누려 해도
멀리 떨어진 섬처럼
애증의 등대를 사이에 두고
바라만 보고 있어야하는
우리의 운명이 그러했듯이

떠나는 가을에게도
슬픈 미소로
작별인사를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