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을에는
세월이 안겨준
내 인생의 가을에는
푸르던 꿈도 내려놓고
삶의 찬미를 노래하며
알알이 영그는
생의 숭고한 결실을 맺고프다.
방 한켠 벽바람에
존재의 의미마저 잊었던
커다란 거울앞에서
잔주름이 서너개
늘었으면 어떠리요
세월의 서리가 내려앉은 머리결에
윤기가 사라지고
은발이 무성하면 어떠리요.
얼굴 가득히
넉넉한 평화가 있고
입가에 피어나는
미소의 깊이가 아름다우면
살아온 세월의 흔적에
감사의 묵상을 올리리라.
더 많이
사랑하지 못했던 것들과
더 많이
꿈을 향해 나아가지 못했던 것들과
더 많이
여유롭지 못했던 모든 현실들을
아파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지금 주어진 것들을
곱게 다듬고 단장하여
울긋불긋 물들어 화려한
가을 단풍처럼
내 인생의 무대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클라이막스를 연출하고프다.
거둠이 끝나버린 벌판에
붉은 석양이 내려앉아
공허함이 남아있는
아늑한 비움의 자리를
느긋한 여유로움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사랑을 가득 채워서
한 겨울 삭풍에도
마음 따듯하도록
사랑의 열매를 채우고프다.
언젠가는 마주할
인생의 황혼녘에
아름다운 마침표
하나를 찍기 위하여
내 인생의 가을에는
티한점없는
푸른 하늘을 닮는 법을
마음에 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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