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무(煙霧)/ 김순만
수심(水沈)이 가득찬
얼굴은 그 깊이 헤아릴 수 없고
갈수록 복잡해져 가는
근심은 사방 헤매도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 무엇 하나
단정히 내려놓을 수 없어
불안하고
초조함의 답은
시간의 긴 여운 뒤에
물거품 되어
기척도 없이
밤 어귀의 연무(煙霧)가 되어
헤매이는데,
마음 쉴 곳 없어
헤매는 청춘인듯
맑아지다가도
한 치 앞
내다볼 수 없는
짙은 안개인데
지나치고나면
아무것도 아닐
세상의 모든 것이
안개 속 뒤섞여
아무것도 뵈지 않는데
등뒤에 맑게
여울이 지는 눈물만
짙은 허무를
보일 뿐이다
아무것도 뵈지 않을 때는
차라리 모든 것
놓아 버릴 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