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살던 옛집 마당에 ☆

내 살던 옛집 마당에 햇볕이여,
너는 어쩌자고 그리 서럽게
부서져 내리는가..?
담장 위에서 고추 널은
멍석 위에서 툇마루 끝에서
끼리 끼리 도란 거리다가
나에게 그만 들키고 마는가?
햇볕이며...
어쩌자고 가을이면
내 살던 옛집 마당에
과꽃을 무더기도 피어놓는가?
어쩌자고 그 꽃송이마다
세상을 보는 눈을 달아주는가?
아무일도 없는데 괜스레 꽃잎들
눈물 핑 돌게 하는가?
살 속의 뼈까지 다
들여다보일 것 같은 날,
너는 알겠구나,
시냇물 따라 떠났던
내 유년의 송사리떼가
이맘때면 왜 살이 통통 오른
새ㄲ ㅣ들 데리고
상류로 거슬러오르고 싶어하는지를,
물 속 내려다보듯 너,
알겠구나.
내 살던 옛집 마당에 햇볕이여,
자두 같은 가슴을 가지고 있던
계집애들은 돌아왔는지...
그동안 누가 세상한테 이기고
누가 졌는지...
나는,
어쩌자고 궁금한 게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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