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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

짼틀맨 2010. 3. 25. 02:44

    누드를 잘 그리는 빨강머리의 화가가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자신의 그림을 인정하지 않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빨강머리 화가의 그림을 극찬하기라도 하면 그 친구는 "모델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죠" 라고 말하며 빨강머리 화가의 작품성을 깍아 내리는 데 바빴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누드가 비평가들이나 관람객들에게 혹평을 받는 날이면 그는 또 모델 탓을 했습니다. "모델을 싼값에 데려왔더니 그림도 이 모양이네요" 그러던 어느 날 누드 크로키 대회가 열렸습니다. 빨강머리 화가가 대회에 나간다고 하자 그 친구도 시샘이 나서 덩달아 참가했습니다. 많은 화가들이 모인 가운데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델은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 모델은 발가벗은 채 여러 가지 포즈를 취했고 모델을 둥그랗게 둘러싼 화가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모델의 동작을 스케치했습니다. 드디어 대회가 끝나고 심사 발표가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빨강머리 화가가 대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고 별다른 주목도 끌지 못했습니다. 그 친구는 빨강머리 화가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너처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지?" 빨강머리 화가는 시원스럽게 대답했습니다. "간단하지. 네가 모델을 사랑하면 되는거야." "사랑하라고?" 얼른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에게 빨강머리 화가는 덧붙였습니다. "네게 사랑할 대상이 없다면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일거야. 마찬가지로 그림을 그리고자하는 마음이 없다면 솜씨도 없다고 봐야겠지." * * * * * *
      괴로워도 평온하게 보이는 솜씨. 슬퍼도 그늘을 숨기는 솜씨. 아픈 상처를 가슴속에 조용히 삭힐 줄 아는 솜씨. 그래도 솜씨 없다며 수줍은 웃음을 드러내는 솜씨. 솜씨는 사랑의 다른 빛깔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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