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했으면..

 

술 한잔했으면 고해의 바다를 지나온 가을은... 쓸쓸한 바람을 안고 풍성하던 느티나무의 옷섶을 헤집고 스며들어 지난여름의 추억을 하나.. 둘.. 털어낸다. 아니 추억을 가장한 비련의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벗겨내어 벌거숭이 사랑의 기억을 걸어두려는 것이겠지. 시리다. 마음이 시리고 가슴이 시리고 누군가를 담아 마셔보려고 비어두었던 술잔도 시리다. 가을은 비우는 계절인가, 채우는 계절인가... 있어도 있는 것이 아니고 없어도 없는 것이 아닌 바람부는 가을의 길목에서, 어느 누가 있어 낙엽의 향기를 벗 삼고 제 멋에 겨운 구름을 길손삼아 정겨움으로 술한잔 나눌 수 있을까.. 농익은 갈바람에 마음이 닫히기 전에... 떨어지는 잎새의 눈물로 작은 가슴이 멍들기 전에... 진한 술 한잔으로 따듯해 질 수는 없는 것일까? 누구... 저랑 술 한잔 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