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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가을향기

짼틀맨 2011. 7. 14. 20:47

 

 

 



    비에 젖은 가을향기

     

    님이 오시려나 봅니다. 세찬 바람이 그리도 가슴을 저미게 하더니 촉촉한 가을비가 어지러운 가슴을 적시네요. 차가운 빗속에서 동동거리는 마음을 애써 달래며 그리움의 깊이만큼 쌓여진 낙엽길, 그 신작로 한 귀퉁이에 숨어서서 갈빛 물들어가는 애상을 행여 그대 오시는 길가에 마중이라도 보내려 넌지시 빗줄기 사이로 전해보네요. 잠시 잠깐이라도 가을비 오시듯 님의 발길이 머무를 수 있도록 칠흑같은 밤에라도 따듯한 차 한잔을 준비하고 기다림에 까맣게 타버린 내 심장의 숯덩이를 꺼내어 작은 질화로에 사랑의 불씨도 붙혀 두겠습니다. 홀로이 눈물 잔을 채워야 했던 긴 기다림의 시간동안 야위어진 사랑이 시작되는 가을의 잔영에 파묻혀 조금은 작게 보이더라도 화내거나 아쉬워하지 말아주세요. 아직도 내 야윈 사랑의 영혼은 그대라는 고운 뜰 앞에 곱게 피어 향기로운 국화향처럼 사각거리는 은은함으로 젖은 채 님이 남기신 사랑의 흔적에 풋풋한 능금처럼 사로잡혀 있으니까요. 또 다시 그대가 휘적휘적 먼 길을 떠난다 하여도 눈물 방울 찍어낸 하얀 손수건을 흔들어 고이 보내 드리겠지만 비는 이렇게 하염없이 내리는데 님은 어이하여 아니 오시는지... 내리는 빗줄기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초가을향기가 힘없이 젖어 가듯이 서러움만 한없이 깊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