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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뜨거워야 맛일까?

짼틀맨 2010. 11. 9. 00:19

국밥은 뜨거워야 맛이다 VS 국밥은 원래 뜨거운 음식이 아니다

 

 

◁ 곡성장의 명물음식 돼지똥국, 찬밥을 뜨거운 국물에 토렴해서 나온다.

 

당면순대에 길들여진 입은 고기, 두부, 파, 버섯, 피, 남새, 녹두나물 등을 다져서 만든 순대의 깊은 맛을 모른다.

 

그저 당면순대가 최고인 줄 안다. 이해한다. 미각이란 경험에 의해 지배를 받기 때문에, 자주 오래 먹어온 음식에 더 입이 동하기 마련이다.

 

그런 이유로 젊은 세대에게는 당면순대가 ‘피순대’나 ‘아바이순대’, ‘명태순대’ 보다 더 익숙한 맛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당면순대가 본류가 되고 진짜 본류가 배척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본류를 위협하는 건 비단 순대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 소개했던 청진옥에 달린 댓글만 보더라도 식문화에 대한 몰이해가 잘 드러나 있다. 맛에 대한 비판 중에서 국밥의 온도에 대한 편견이 그것이다.

 

청진웩~| 친구랑 촛불집회 갔다가 새벽에 배고파서 소문 듣고 찾아가서 먹었는데.. 이명박 탄핵은 둘째치고 그집 앞에서 촛불집회 하고 싶어지더라~ 좀비 같은 종업원에 조금 따뜻한 해장국... 아니 그게 왜 맛있다는 건지... 겨울에도 그런 미지근한 해장국 파는 건지 궁금하다.

 

 

미남|아~~ 거기 해장국집!! 거긴 다 나쁜데 국물 미지근한게 젤 나빠~ 뭔노무 해장국이 뜨거운 맛이 있어야지.. 국에 찬밥 말아놓은것 마냥 그게 뭔 맛인가..? 빨리 먹구 가란건지... 아무리 오래 됐어도 해장국 영~~ 아니였다.


 

국밥의 온도는 팔팔 끓어야 제 맛일까? 그런데 이상하다. 청진옥의 해장국은 뜨겁지 않아 실망이라는데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단순히 그 업소의 명성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걸까?

 

뜨겁지 않아도 손님은 몰린다

 

식성은 만인만색이다. 때문에 팔팔 끊는 해장국을 선호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정답인양 덜 뜨거운 해장국을 비판해서는 안된다. 이는 식성의 차이라기보다 우리나라 국밥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온 편견이라고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 전주의 한 식당에서 김칫국이 대접에 담겨나왔다

 

국밥이 무엇인가? 말 그대로 국에 만 밥 아닌가? 이는 한식의 기본인 밥과 국을 따로 차리는 수고를 덜 뿐만 아니라, 먹는 사람도 수월하게 빨리 요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마디로 실용성이 깃든 음식인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실용성은 퇴색된 감이 없잖아 있다. 찬밥을 토렴한 국밥이 아니라 뚝배기에 끊여내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조리시간이나 먹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국밥을 먹는 장소가 예전처럼 전쟁터나 장터가 아니라 일반 식당으로 옮겨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 근본적인 이유로는 손맛이 예전만 못해진 탓 아닌가 싶다. 부족한 손맛을 감추는 데에는 토렴한 국밥보다 팔팔 끊는 국밥이 제격이니까 말이다.

 

뜨거운 음식은 곧 미각이 마비되기 때문에 쉽게 맛에 둔감해지게 된다. 맛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다는 것은 보다 자극적으로 먹게 된다는 뜻이다. 끓는 음식에 평소보다 간을 세게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먹을 땐 잘 몰라도 국물이 식은 다음에 먹어보면 염도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팔팔 끓는 국밥일수록 짜게 먹는다

 

 

△ 부천 남부경찰서 앞에 위치한 <인하찹쌀순대>에서 나온 국밥. 찬밥을 토렴해 나와 그리 뜨겁지가 않다. 그래도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루는 집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방의 전통 있는 국밥이나 손맛을 자랑하는 업소에서는 정석으로 내 놓고 있다. 부산의 ‘돼지국밥’, 전주 남문시장의 ‘콩나물국밥’, 전남 담양의 ‘창평국밥’, 부천의 ‘이화순대국밥’등은 한결같이 밥을 토렴한 후에 내놓는다. 또 국밥은 아니지만 해운대 달맞이공원 부근에 있는 대구탕이나 마산의 복국역시 대접에 담아 나온다. 이런 집들의 공통점은 국물이 팔팔 끊지 않다는 데 있다. 당연히 온도도 덜 뜨겁다. 하지만 팔팔 끓여져 나오는 국밥과는 비교 할 수 없는 맛이 있다. 

 

국밥이란 게 본디 여유부리면서 먹는 음식이 아니라,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음식이었다. 그렇기에 후룩 후룩 들어가야 제맛이다. 이게 국밥의 미덕이다. 입천장이 델 정도로 뜨거운 국밥에서는 그 맛이 나지 않는다.

 

당면순대만 즐기던 사람이 전통순대를 보고서 “순대에 왜 당면이 들어가지 않았냐? 고 따진다면 웃긴 일이다. 마찬가지로 국밥이 팔팔 끓지 않는다고 타박할 일도 아니다. 국밥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