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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로 끓인 내장국, 황홀했다!

짼틀맨 2010. 11. 9. 00:25

흑돼지, 우리콩으로 만든 집된장, 살아있는 물이 비법

 

중국에서 촉발된 멜라민 사태가 우리나라까지 덮치고 있다.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다. 원가절감을 위해 싼 원재료를 취급한 업자의 의식도 문제지만, 편리함만을 추구하고 있는 현대인들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싶다.

 

소비자의 냄비근성도 고쳐야한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맣게 잊고 마는 습성이 고쳐지지 않는 한 멜라민사태는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

 

맛객은 며칠 전 풍기에 다녀왔다. 그곳에 대박 난 식당이 있었다. 풍기인삼을 갈비에 접목시킨 이집은 잔치집마냥 손님들로 넘쳐났다. 그들이 먹는 인삼갈비탕의 원 재료는 미국산소갈비이다.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미 소고기라면 손사레를 치던 사람들 아닌가?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미 소고기가 수입고기 중에서 판매율 1위를 탈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금은 멜라민이 공공의 적이 되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봐라. 과자, 가공식품, 인스턴트, 청량음료 등등 또다시 생각 없이 먹고 마시고 할 것이다. 안 봐도 비디오다. 

 

이 블로그에서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따라서 이 블로그와 함께하는 여러분은 병원 한개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감히 장담한다. 아님 말고. 사설이 길었다. 본론 나와라 오버!

 

 

△용화산에서 흘러나온 물이 느릅마을을 거쳐 파로호로 흘러가고 있다. 화천의 물은 대부분 1급수로 지정되어 있다

 

며칠전 친환경천국 화천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맛본 돼지 내장국은 정말 황홀한 미각경험이었다. 어찌나 맛나던지 그 맛을 여러분께 소개하려 한다.

 

아쉽게도 그 맛은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 식당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친환경투어에 참가한 우리를 위해 화천군은 느릅마을 부녀회에 저녁식사를 의뢰했다. 느릅마을에서는 전날 흑돼지 한마리를 잡아 하루 숙성시켜 놓았다. 흑돼지의 꼬소함은 먹어본 사람만 안다.

 

 

 

 

 

 △흑돼지고기

 

때깔 좋은 고깃결은 압도 그 자체다. 천하일색의 입술이 이처럼 탐스러울까? 누군가 고기 굽는 건 자기 전문이라며 일어선다. 나는 기름소금 대신 맨소금을 청했다. 오늘은 특별히 주종도 맥주에서 소주로 바꿨다.

 

뒤로는 용화산이 서 있고 앞으로는 파로호가 펼쳐진 느릅마을. 이처럼 환경 좋은 곳에서 좋은 안주와 먹는 술은 취하지도 않을 것만 같다.

 

 

 

몇잔 비우고 나자 고기가 나왔다. 기대가 컸을까? 생각보다 못하다. 고기 굽는 걸 슬쩍 살펴보니 너무 많은 양을 조각조각 잘라서 굽는다. 열심히 구운 그분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고기 굽는 게 내 성에 차지 않는다. 마침 생각나는게 있어 이장님께 물었다.


“내장은 없습니까?”
“크~~ 우리가 먹었으면 큰일날뻔 했네. 저기서 오전부터 국을 끓이고 있습니다.”
“그럼 그렇지.”

 

돼지를 잡았는데 내장을 맛보지 못한다면 제맛을 보지 못한 거나 마찬가지다. 앞자리에 앉은 분이 내장국을 한 그릇 떠온다. 한술 떠 맛을 보는 순간 “그래 이맛이야!”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보다 향토적인 돼지국이 또 있을까 싶다. 참으로 구수한 그 맛은 도시의 순대국밥이나 돼지국밥에 비할 바 아니다.

 

△흑돼지 잡뼈와 내장, 시래기와 비계살을 넣고 반나절동안 푹 고은 내장국은 참으로 구수했다

 

건강하게 자란 흑돼지에 우리콩으로 만든 집된장,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시래기가 맛을 내는 핵심이지 싶다. 음식은 물이 중요하다. 이 내장국은 용화산 꼭대기에서 끌어 온 자연수로 끓였다. 이처럼 좋은 식재와 물을 가지고 정성으로 요리를 했으니 내 어찌 탄복하지 않겠는가. 진국, 말 쉽게 말하는 세상이지만 내 생전 이런 진국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최고의 진국이라 해도 딴지걸지는 못하겠다.

 

 

 

사람들이 고기 굽는데 관심이 줄어들 때쯤 내가 직접 굽기 시작했다. 아무리 좋은 고기라도 굽는 타이밍을 놓치면 말짱 황이다.

 

 

좋은 고기일수록 불 위에 오래 두면 안된다. 하지만 화력이 그리 세지 않아 육즙을 보호하는데 주안점을 두며 굽기 시작했다. 이때 빨리 구워지지 않는다고 해서 석쇠위에서 고기를 잘라서는 금물. 그건 먹기 위해 굽는 것일 뿐 맛을 위해 굽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드디어 다 구워졌다. 접시에 올리고 한 점씩 잘라 옆 사람에게 권했다. 맛을 본 사람들이 탄성을 자아낸다. 나도 맛을 봤다. 툭툭 육질이 끊기면서 육즙이 새어나온다. 이 순간 한우등심이 부럽지 않다.

 

 

마무리로 내장국밥 한 그릇 다 비우고 나니, 파로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가을임을 알려준다.

 

◎보태기/다양한 행가가 열리고 친환경먹을거리가 있는 느릅마을 홈페이지는요 http://www.goparoho.com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