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함께 걷는 가로수 길
푸른 가로수 길을 따라서
길게 늘어선 그림자 사이로
언뜻 비치고 사라지는
소중했던 추억의 파노라마들...
콧노래 흥겹게 나선 길섶에 펼쳐진
짙푸른 가지마다에는
청포도 익어가는
한 여름 이야기들이
주렁주렁 영글어 맺혀있고
숨이 멎을 듯한 들풀향기에
먹먹해져오는 사연들이
푸르디 푸른 들녘을 가로 막아 섰다.
가녀린 가지들을 에워싼 채
하늘을 향해 손짓하는 잎새들은
새로이 얻어낸 생명을 지켜내려
비 바람을 이겨내고
강인한 생명력을 뿜어내듯
반짝이며 하늘거리고
견디어 온 세월만큼이나
세월의 주름을 고스란히 간직한
가로수 기둥에는
꺼먹꺼먹한 삶의 옹이 들이
훈장처럼 패인 채
다가올 별리의 시간을 암시하듯
말없는 침묵으로
멈춰진 시간 앞에 덤덤히 서있다.
상큼한 초록의 향기는
콧잔등을 간질이고
미간사이 추억의 골짜기를 지나
오래전 기억들을 일깨우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기에
나뭇가지 하나 꺽어
바닥에 그려 놓은 글씨 하나... 止
추억은 머무르고
인생은
사랑과 행복이라는
두 지팡이에 의지하여
머나먼 유토피아를 향하는
기나긴 여정의 길이기에
다시또 떠나야하는 우리는
지친 무릎팍을 세워
마음 따듯한 길벗이 되어
푸른 빛 낙원의 문턱같은 가로수길을
맞잡은 두손 사이로 피어나는
미소를 따라 걸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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