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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의 재발견, 죽순비빔밥

짼틀맨 2010. 11. 9. 00:08

 

  

죽순초무침

 

새콤달콤 무쳐낸 죽순초무침을 먹을라치면 떠오르는 이야기 하나. 그 옛날 중국에 이름난 효자인 맹종이 살고 있었다. 병환에 시달리는 맹종의 부모님은 한겨울인데도 죽순한번 먹어보는 게 원이라고 한다. 엄동설한에 죽순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효심 지극한 맹종은 눈 쌓인 산야를 헤메다가, 하늘이 내린 죽순으로 부모님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얘기이다.

 

 

 

참죽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상투적인 소재지만 현대의 식문화에 시사하는 게 있다. 싱싱한 죽순은 제철 아니면 먹기 힘든 나물이라는 사실. 하우스재배로 인해 사철 싱싱한 채소와 과일이 쏟아지고 있는 현대에도 맹종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 건, 죽순이야 말로 아직까지도 한철만 나기 때문이다.

 

효자 맹종으로 인해 맹종죽으로 부르는 식용죽순은 다른 죽순에 비해 상당히 굵다. 맛객은 그러나 맹종죽순은 별로 당기지가 않는다. 맹종죽보다 가는 죽순이 훨씬 보드라우면서 쫄깃한 식감과 구수한 풍미를 내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린시절 입맛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집 뒤에 있는 대나무들은 500원 동전에 비해 조금 더 굵었을 뿐 어른 팔뚝만한 대나무는 없었다. 봄철에 비가 오고난 후 쑥쑥 올라오는 죽순을 삶으면 칼로 자를 필요도 없었다. 손으로 쭈욱~ 쭉 찢어 초장에 찍어 먹는 맛이란. 옥수수 삶는 냄새처럼 구수했던 풍미란.... 내 기억속의 죽순 맛은 그랬었다.

 

손으로 찢어먹었던 어린시절의 죽순

 

그 맛을 아는 맛객에게 1년 만에 돌아오는 죽순철이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그러나 도시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죽순. 아 시장에 가면 가끔 눈에 띄긴 하더만 내가 찾던 그 맛은 아니다. 죽순은 꺾자마자 바로 삶아야 죽순의 순수한 맛을 오롯이 지니고 있다. 헌데 시장의 그것들은 시간이 오래 경과돼 이미 독성과 잡맛이 점령해버렸다. 더군다나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라면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고.

 

 

 

올해도 죽순요리를 즐겼다. 지인이 담양산 죽순을 보내온 것이다. 상자를 열어보니 옥수수처럼 노란 죽순이 삶아진 채로 들어있었다. 대나무밭에서 죽순을 꺾자마자 가마솥에 삶아낸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품질이야 따져 무엇하리. 무엇보다 맘에 쏙 든 건 내 입맛에 딱 맞는 굵기라니. 자 맛있게 먹어 볼까나.

 

 

 

 

 

 

 

여리고 보드란 촉감의 죽순을 손으로 쭉~ 쭉~ 찢어 양푼에 담았다. 냉장고를 열어 토천궁, 부추, 쑥갓을 꺼냈다. 서산 육쪽마늘을 까서 칼 밑둥으로 도마에 찧어 넣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파도 송송송...썰었다. 된장과 초고추장으로 조물조물 무치고 식초를 첨가. 여기에 통깨를 뿌리고 나니 죽순초무침 완성.

 

 

 

 

 

 

 

 

 

대접에 죽순초무침을 적당량 담고, 2006년 대통령 설 선물로 선정된 ‘땅끝햇살 한눈에 반한 쌀’로 갓 지은 밥과 함께 비볐다.

 

 

 

 

 

 

 

 

 

 

 

 

 

 

 

 

 

 

 

한 숟가락 떠먹었다. 세상에 죽순회비빔밥이 이런 맛이었다니. 쫄깃하지만 반항하지 않은 죽순은 극상의 식감을 책임진다.

 

 

 

토천궁이나 쑥갓의 향취는 죽순에서 부족한 풍미를 보완하고도 남는다. 냠냠! 이처럼 식욕 당기는 음식 앞에서 개걸스럽게 먹지 않는다면 위선이라고밖에. 금세 빈그릇이라니. 이 맛을 보려면 다시 1년을 기약해야 하는거야? 생각이 거기에 미치니 맛있게 먹고 나서 이렇게 허무할 수가....